음악/음악

음악과 미니멀리즘은 공존 가능한 것인가?

P@Ptist 2021. 12. 3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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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Minialism)은 단순함에서 나오는 깔끔함과 정돈된 것에서 나오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철학, 또는 기조입니다. 모든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예술, 건축에서 부터, 생활 방식에까지 퍼져있습니다. 한국 전통 예술에서 나오는 '여백의 미'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느낌입니다.

생활 속의 미니멀리즘의 특징은 극도의 효율 추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을 추구한다고 했었죠? 생활 속의 미니멀리즘은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제외한 것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욕심이나 허세로 들여놓은 것들을 버리고, 쓸데없는 휘황찬란한 것들을 제거하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은 재활용하는 것, 이것이 생활 속의 미니멀리즘입니다.

 

음악에서는 어떨까요?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과는 다르게 음악은 귀로 들어야 하므로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단순한 멜로디나 사운드의 반복, 리듬의 반복은 이미 음악에서 추구되고 있는 기본입니다. 원래 음악이란, 그러한 특성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다만 미니멀리즘 음악에서는 그것들을 좀 더 극단적으로 들려줄 뿐입니다. 어쩌면,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이미 미니멀리즘이 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두 곡을 추천합니다.

Terry Riley's In C Mali (1964)
Julius Eastman - Femenine (1974)

가사를 줄이고 반복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미니멀리즘인 걸까요? 가사의 근본 의미는 감정과 느낌,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줄여버리고 반복적으로 만들어 버리면, 근본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맞지 않습니다. 때문에 가사를 제대로 느낌과 감정에 따라 표현하고, 그렇게 쓰는 것이 오히려 미니멀리즘에 더 어울립니다.

 

악기 편성을 줄이고, 편곡을 단순화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단, 어렵습니다. 악기 하나와 보컬 하나의 조합으로 노래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듯이, 편곡의 힘으로 해결 가능한 많은 부분이 사라져서, 곡의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기 힘듭니다. 경험상, 편곡을 단순화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창작적 고통이 배가되었습니다. (만... 이것은 능력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편곡적인 미니멀리즘은 좀 더 높은 수준의 고민이 요구된다고 해 두겠습니다.

 

사운드적 미니멀리즘, 이것은 왠지 이상한 말장난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사운드적인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은 비용에 비례합니다. 높은 수준의 사운드적 퀄리티를 구현하면서 동시에, 미니멀리즘을 구현할 방법은 없지만(현재로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 가능하다는 단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음악을 녹음하고 만든다는 것에 국한한다면, 이미 미니멀리즘은 대세가 되었습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만든 음악들이 유튜브에 넘쳐나고, 홈 레코딩이 흐름이 되어버린 지금은, 음악에서도 미니멀리즘이 완성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느껴집니다.

 

미니멀리즘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들은 둘째 치고, 현재 우리 인류가 처해 있는 환경적 위기와, 갈등과 불행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미니멀리즘의 흐름은 계속될 것입니다. 음악적인 미니멀리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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