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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전 예약 구매의 문제점과 우리의 대응방법

P@Ptist 2022. 2.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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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사전 예약 구매하는 시스템은 게임 업계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게이머들이 좋은 게임을 만나 볼 기회를 앗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게임의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을 사전 구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것이 최근 팬들의 의견입니다. 대체 어떤 부분 때문에 사전 예약 구매가 이런 평을 얻게 된 것일까요?

2020-21년도, 게임업계를 쇼크에 빠뜨린 '사이버 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사진
사이버펑크 2077

최근 몇 년간, 미완성인 상태로 게임을 출시하고, 사전 구매자들을 버그 테스터로 사용하는 게임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2020년 말에 발매된 '사이버 펑크 2077'입니다.

 

사펑2077은 2020년 시점에서 8년 전인, 2012년부터 개발 소식이 전해진 게임이었습니다. 발매 2년 전인 2018년부터는, 더욱 공격적인 홍보와 트레일러 공개를 통해, 큰 기대를 얻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발매 직전까지 이 게임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가려진 채로 유지됐습니다. 모든 정보는 제작사인 'CD Project Red' 측에서 승인한 것들만 오픈됐고, 리뷰어들의 입을 막았으며, 정보를 제한하여 실질적으로 언론을 통제했습니다.

 

8년간 계속된 공격적 마케팅과 정보 통제로, 팬들은 이 작품이 게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3번에 걸친 발매 연기 또한, 오히려 장인정신의 증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였습니다. CD Project Red의 사기 마케팅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사펑이 발매되었을 때, 팬들의 환호는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버그와 치명적 에러들, 홍보한 내용과 다른 수준의 게임성, 완벽하게 엉망인 최적화 등으로,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으로 치달았습니다. 제작사인 CD Project Red의 주가는 폭락했으며, 사펑 2077은, 2020-21년의 게임계, 아니 게임 역사에서 손꼽힐만한 사기 홍보 마케팅의 산물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 시점에서 사전 예약 구매의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사펑은 발매 직후 24시간 안에, 모든 제작비용과 홍보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번 게임을 구입한 게이머들은 보통, 게임의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제작진의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환불을 하는 게이머의 수는 그리 많지 않고, 회사 주가의 폭락이래 봐야 약 1년 전의 주가로 돌아간 정도였기 때문에, 제작사의 손해는 브랜드 이미지 손상 정도였던 것입니다. 결국, 이 사기극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게이머가 된 것입니다.

 

게임 사전 예약 제도 시스템의 문제점

명목상의 이 시스템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게임을 남들보다 몇 시간 정도 빨리 다운로드하여, 플레이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리 CD를 받아보거나 다운로드해 놓고, 게임이 공개되면 누구보다 빨리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게임 액세서리나 게임 내 아이템을 주는 특전이 있기도 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시스템이 허용되고, 사람들에게 용납되어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임의 재미와 퀄리티라는 것은, 직접 플레이해보기 전 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플레이해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는 리뷰어들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요즘에는, 게임 유튜버를 초청해 미리 플레이할 수 있게 하고, 그 반응에 맞춰 홍보 전략을 짜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을 미리 얻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제작사를 믿고 퀄리티야 어찌 됐든 미리 구매하라는 개념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사전 예약 구매 시스템은 철저한 생산자-유통자 중심의 시스템입니다. 제작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전 구매가 되어 있는 게임의 막판 발견된 버그의 경우, 고치거나 발매 연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판매된 상품이기 때문이죠. A/S 즉, 버그 픽스 업데이트만 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진심 어린 사과의 문구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사이버 펑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일 이유도 없습니다.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사전 예약 구매만 확보해 놓으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유통사인 게임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미리 구매가 이루어진 게임의 수익은 확정수익이기 때문에, 예약 구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결론

게임 사전 예약 시스템은, 게임 플랫폼 업체와 제작사가 윈윈 하는 시스템입니다. 반면, 일부 얼리 어댑터 성향의 구매자를 제외하면, 게이머 모두가 손해 보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게임에 얼리 어댑터가 있다면 말이죠.) 예약 구매의 특전이 가격 할인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게임을 구매할 때, 사전 예약으로 구매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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